2024.09 「술렁이는 원룸 서문」, 장한이, 서리풀 휴갤러리
“술렁-이다: ‘어수선하게 소란이 일다.’
원룸은 한 때 청년들의 미래를 위해 잠시 머무는 작은 공간이었지만, 점차 ‘임시’가 아닌 ‘지속’이 되어가고 있다. 휴식, 일, 잠 그리고 집안일까지 단 하나의 단칸방, ‘원룸’에서 이루어진다. 장한이와 허수정은 원룸 혹은 작업실이라는 분리되지 않은 공간에서 여러 가지 일을 동시다발적으로 수행하고 일사불란하게 움직인다. 그야말로 어수선하고 소란스럽다. 이러한 상황은 각자만의 삶의 형태와 루틴이 담긴 개성 있는 공간으로 바뀌어 간다. 겉보기엔 수선스럽고 복잡한 공간처럼 보일 수 있지만, 두 작가는 주어진 환경을 기회로 삼아 자신만의 질서를 만들고, ‘삶과 작업’이라는 균형을 이루려 노력한다. 본 전시는 전시 공간을 ‘원룸’으로 상정하여 방 한 칸에서 모든 것을 수행해 나가는 두 작가의 술렁이는 일상 및 일과를 담은 작업을 선보인다.두 작가는 일상 속 복잡다단한 감정의 변화를 분류하고 반복적으로 정돈하는 행동에서 서로의 공통점을 발견했다. 이는 마치 생활을 유지하기 위해 쉬지 않고 해야 하는 집안일과 유사하다. 그리하여 두 사람은 세면과 빨래 그리고 수면처럼 매일같이 수행해야 하는 일을 모티브로 삼아 끊임없이 정리와 정돈을 반복하는 자신의 작업 과정을 은유적으로 보여주고자 한다.
장한이는 자신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을 기록하고 그림으로 쌓는다. 그는 자신의 작업을 빨래와 수면에 비유한다. 젖은 빨래를 널고 다시 개어 정리하는 일, 잠들기 전 자신을 위한 달콤한 보상과 적정 수면시간을 지키려 갈등하는 일은 매일 반복된다. 이러한 일상은 불현듯 찾아오는 불안과 슬픔에서 어떤 태도를 내세울지, 억울하고 분출할 곳 없는 분노는 어떻게 쓸어 담아야 하는지를 갈등하고 기록하며 정리된 태도로 그림을 쌓는 그의 작업 과정과 닮았다. 묵묵히 하루에 주어진 일을 수행하는 일상과 작업은 평범하지만 빼놓을 수 없이 필수적이고, 개인적이지만 각자만의 고유성이 있다.
허수정은 예측 불가능한 심리와 주변 상황을 반영하는 활기찬 필선과 붉은 채색을 사용하여 대조적으로 외형이 무미건조한 ‘슴슴이’를 내세워 본인의 내면을 자유롭게 표현한다. 그는 세수로 하루의 시작과 끝을 행하는 공간 ‘화장실’에 주목했다. 이곳은 방 속의 방으로 그의 깊은 속마음을 슴슴이를 통해 표현하는 작업의 방식과 가장 유사한 공간이다. 작품에 경첩을 이용하여 세면대 앞 수납장 및 거울을 연상케 하고, 한 쪽 벽에 16개의 그림을 격자 배치하여 줄눈 타일이 시공된 화장실처럼 연출한다. 그리하여 매일 깨끗이 얼굴에 먼지를 씻어내듯, 그의 내면에서 끊임없이 발생하는 감정을 다스리는 공간을 보여준다.
두 작가의 주 매체는 회화이지만, 이번 전시에선 원룸이라는 상징성을 부여하고 설치를 통해 작품에 부피감을 주었다. 이로써 평면에 옮겨놓은 이야기뿐만 아니라 그들이 감각하고 회화에 담아내는 태도와 과정까지도 엿볼 수 있다. 앞으로도 두 사람은 술렁이는 원룸에서 묵묵히 그들만의 삶과 작업의 균형점을 구축해 나감과 동시에 지속적으로 창작에 대한 의지와 그 수행을 이어 나갈 것이다.
글. 장한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