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Works / Painting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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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Artist’s Note 
작가노트

우리는 일상에서 예측하지 못한 해프닝들을 겪고, 다양한 사람들과 함께 어울려 살아가야한다. 모든 일에는 다수의 입장이 존재하다 보니 해결되기 힘든 지점들이 있는데, 그것들은 내가 계속해서 생각을 하고 질문을 떠올리게 만든다. 정답이 없는 것들 속에서 끊임 없이 만들어지는 나의 생각들을 다루는 방법이 필요하게 되었다. 내 머리 속에 맴도는 이것들을 소재로 삼아 화면 안에 담아내며 마음의 중심점을 찾는 것이다.

곱씹어 생각하게 되는 것, 마음이 편안 해지기 위해 내린 결론, 뒤늦게 깨달은 것들을 화면 안에 담아 그림이라는 언어를 통해 말하고 싶다. 직접적으로 해결되는 것은 없지만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 라고 외치고 싶은 마음처럼 내가 마주한 사건, 포착된 현상 등에 대해 들었던 생각, 감정들을 그림에 담아 외친다. 반복된 생각을 하면 자연스럽게 비유의 형태가 떠오른다. 글을 쓰고 이미지로 치환하게 되면 나의 입장이 어떤 상태인지를 알 수 있다. 날 것의 감정으로 시작한 것들이 수수께끼같은 이미지로 변환되어 나오는 과정에서 나는 해소를 느낀다. 그렇게 해서 나온 나의 그림들은 내 안에 중심을 찾기 위해 내뿜은 일종의 ‘호흡’ 같은 것이다.

생각이 많을 수록 다양한 변수를 고려하게 되어 마음이 복잡해진다. 다양한 입장이 존재하게 되면 내 안에서 타협되지않는 모순점이 생긴다. 이런 양가적인 상태는 그림을 그리는 자세에도 반영되는데, 한 쪽 표현 방법으로만 치중되지 않은 점이나 어딘가 중간쯤에 걸쳐져 있는 듯한 느낌이 드는 이유일 것이다.

구체적인 설정과 명확한 대상들은 많은 정보를 줘 전체적인 맥락을 파악하기 힘들게 한다고 생각한다. 경험과 엮인 대상을 대체하고, 감정을 순화시켜 개인적 이야기를 최소화하면서 내가 하려는 말에 맥락을 전달하려고 한다. 반복적인 생각을 하게 되면 말로써 딱 떨어지지 않은 것들을 동화책으로 빗대어 전달하듯이 비유가 자연스럽게 떠오른다. 나의 비유와 상상을 통해 나온 단순한 형상들은 기호/도상이라고 부르고 있지만, 이는 우리가 일반적으로 아는 기호와는 다르게 쉽게 해석되지 않는다. 모두와 약속되지 않은 도상들은 정확한 해석이 불가하지만 삶에는 정확한 답이 없듯이 각자의 경험과 처한 상황을 토대로 짐작하여 해석하면 된다. 나는 그럼 점에서 다 하지 못한 말, 전달할 수 없는 말들을 나만의 수수께끼같은 언어로 소통을 하려한다.

︎ 《제3의 과제전》 ps사루비아(2021)(보러가기)